카테고리 없음

[스크랩] [1242]운우지정 / 이선이

깊고깊은산 2012. 9. 5. 11:46

 

 

 

 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운우지정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이선이

 

 

 


뒤곁에서
서로의 똥구멍을 핥아주는 개를 보면
개는 개지 싶다가도
이 세상에 아름다운 사랑이란 저리 더러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물러서는
마음도 미끄러진다

 

 


평생 바람처럼 활달하셔서
평지풍파로 일가(一家)를 이루셨지만
그 바람이 몸에 들어서는 온종일 마루바닥만 쳐다보시는 아버지
병수발에 지친 어머니 야윈 발목 만지작거리는 손등을
희미한 새벽빛이 새겨두곤 할 때
미운정 고운정을 지나면 알게 된다는
더러운 정이라는 것이 내게도 바람처럼 스며드는 것이다

 

 


그런 날 창 밖에는 어김없이 비가 내려
춘향이와 이도령이 나누었다는 그 밤이 기웃거려지기도 하지만
그 사랑자리도 지나고 나면
아픈 마나님 발목 속으로
불구의 사랑이 녹아드는 빗소리에 갇히기도 하는데

 

 


미웁고 더럽고 서러운 사람의 정(情)이란 게 있어
한바탕 된비 쏟아내고는 아무 일 없는 듯 몰려가는
구름의 한 생(生)을 머금어 보곤 한다

 

 

 

 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

 


..........
경남 진양 출생.
1991년 <문학사상>으로 등단
시집 <서서 우는 마음>, 평론집 <생명과 서정>

 

출처 : ironcow6200
글쓴이 : ironcow 원글보기
메모 :